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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다누림관광XAudiA] 시각장애 청년을 위한 소리여행 한양도성길 4코스 편

본 콘텐츠는 서울관광재단과 사단법인 오늘은의 협업으로 제작된 콘텐츠입니다.

 

#1 한양도성 성곽 00:00~01:21

내레이션: 오디아 소리여행, 오늘은 한양도성길로 떠나보려 합니다. 한양도성길은 말 그대로 한양도성을 따라 걷는 길입니다. 한양도성은 태조 5년인 1396, 한양에 궁궐을 지은 태조가 한양을 둘러싼 내사산의 산 능선과 평지를 연결해 쌓은 성곽입니다. 전체 길이가 18.6Km에 달하는 한양도성의 첫 모습은 흙으로 쌓은 도성이었습니다. 이후에 세종이 돌로 성곽을 전면 보수했고, 숙종은 정방형의 돌로 도성을 반듯하고 튼튼하게 고쳤습니다. 그리고나서 개발 때문에 훼손됐던 성곽을 보수한 현재에 이르렀는데요, 실제로 도성길을 따라 걷다 보면 색과 모양이 다른 돌들이 차곡차곡 쌓여 성벽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내레이션: 오늘 떠날 코스는 한양도성길 중 4코스인 인왕산 구간입니다. 4코스는 돈의문 터에서 시작해서 월암근린공원을 거쳐
             홍난파 가옥과 권율 도원수 집터
, 3.1 운동을 세계에 알린 테일러 부부의 집 딜쿠샤를 둘러본 뒤, 조선 건립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선바위를 지나 인왕산 자락길을 따라 걸은 후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서 여행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2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01:22~02:15

지하철 음성 안내: 이번 역은 서대문·강북삼성병원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계단을 오르는 소리)

내레이션: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4번 출구로 나서서 광화문 방향으로 걷다 보면 돈의문 박물관 마을이라는 커다란 간판을 단 곳이 오가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이 곳이 오늘의 출발지 돈의문 터입니다. ’의를 두텁게 하는 문이라는 뜻을 가진 돈의문은 이 이름보다는 서대문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는데요. 일제시대에 도로 건설을 목적으로 허물어져 현재는 그 터 자리만 남아있습니다. 돈의문 박물관 마을 뒤쪽 길을 따라 다음 코스인 월암근린공원으로 가기 위해 서울시교육청 방향으로 길을 옮겨봅니다.

(길을 걷는 발소리)

 


#3 월암근린공원 02:16~03:37

(내레이션의 배경으로 들리는 새가 지저귀는 소리)

내레이션: 월암근린공원으로 향하는 길에 들어서면 다른 세상으로 왔다고 느낄 만큼 갑자기 조용해집니다. 골목에 들어서기 전에 느꼈던 번잡스러움은 멀어지고, 이름 모를 새 지저귀는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립니다. 왼쪽으로는 새로 지은 신식 아파트가, 오른쪽으로는 갖가지 나무들과 이름 모를 풀꽃들이 가득한 길을 5분 정도 걸으면 길 끝에서 월암근린공원을 만나게 됩니다. 약간의 언덕과 함께 왼쪽에는 한양 도성길의 상징인 성곽이 우뚝 솟아 있고 그 앞으로 청량음료 같은 초록이 가득한 잔디밭과 공원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내레이션: 성곽의 돌 아래쪽은 세월의 흔적을 품어 황토처럼 짙은 색을 띄고, 그 위로는 지우개처럼 하얗고 반듯한 새 돌들이 쌓여 있죠. 반듯한 산책로 따라 걷다 보면 얼마 가지 않아 빨갛게 물든 가을 단풍잎 같은 벽돌로 지은 세모난 지붕의 양옥이 한 채 나오는데요. 이 집이 바로 유명한 작곡가 난파 홍영후가 살던 집입니다.

 


#4 홍난파 가옥 03:38~04:28

(배경음악으로 홍난파가 작곡한 잔잔한 가곡의 피아노 연주가 들린다.)

내레이션: 홍영후는 우리에게는 홍난파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고향의 봄’, ‘봉선화’, ‘퐁당퐁당이라는 가곡과 동요를 작곡한 작곡가입니다. 1930년대 서양식 주택의 특징을 잘 담은 지상 1, 지하 1층으로 이루어진 이 벽돌집은 원래 베델이라는 선교사가 살던 곳으로, 홍난파가 1935년부터 6년간 거주하며 말년을 보내, 홍난파 가옥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내레이션: 잘 익은 팥알 같은 빨간 벽돌 벽에는 바둑판처럼 네모 반듯한 창문이 벽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크게 나 있는데요. 빈공간마다 참기름을 바른 듯 반짝이는 초록 잎의 담쟁이가 빼곡한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이제 실내로 들어가볼까요?

 


#5 홍난파 가옥 내부 04:29~05:21

(끼이익하고 문 여는 소리)

내레이션: 한 눈에 들어오는 아담한 거실에는 그의 생애와 작품에 대한 소개를 볼 수 있는 전시품들이 있습니다. 벽 한 쪽에는 빨간 벽돌로 장식한 벽난로가 있고, 벽난로 주변에는 이름처럼 거대한 그랜드피아노와 첼로가 놓여있습니다. 실제로 홍난파가 사용하던 것은 아니지만 이 집에서 악기를 연주하며 곡을 쓰던 홍난파의 모습이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배경음악으로 홍난파가 작곡한 선전 가요가 들린다.)

내레이션: 홍난파는 일제의 식민통치와 침략전쟁을 지지하는 가요를 작곡하고 친일단체에 가입했습니다. 1941년에 숨을 거둘 때까지 일본의 식민 통치와 전쟁을 지지하는 가요를 작곡하는 등 친일 활동을 이어갔는데요. 이러한 과거 때문에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6 권율 집 터 05:22~06:25

(끼이익하고 문 여는 소리, 이어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

(내레이션 배경음으로 들리는 새가 지저귀는 소리)

내레이션: 안타까운 흔적을 남긴 예술가의 집을 떠나 3.1 운동을 세계에 알린 이방인들의 집으로 떠나보겠습니다. 처음 길을 들어섰을 때보다도 주변은 한층 조용해지고, 집들의 키도 눈에 띄게 작아졌습니다.

(바람이 부는 소리 사이로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한층 크게 들린다.)

내레이션: 네 다섯 걸음만 뒤로 물러나면 지붕 위까지 보이는 집들 사이로 하늘을 찌를 듯 크게 자란 은행나무가 감탄을 자아냅니다. 이 은행나무가 있는 곳이 바로 임진왜란 당시, 행주대첩을 승리로 이끈 권율 도원수 집터가 있던 곳입니다. 집터의 흔적은 비석 하나만이 남아 알려주지만 한 자리에서 모든 세월의 흐름을 지켜본 은행나무만은 그대로입니다. 수령이 450년에 달한다는 아름드리 은행나무는 어른 넷이서 빙 둘러도 겨우 손이 맞닿을까 말까 하고, 고개를 한참을 젖혀야만 나무 꼭대기를 겨우 구경이나 할 정도로 큰 키를 자랑합니다.

 


#7 딜쿠샤 06:26~07:23

내레이션: 은행나무를 왼쪽에 두고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홍난파 가옥의 네, 다섯배는 돼 보이는 규모가 큰 서양식 건축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테일러 가옥, 일명 딜쿠샤라는 이름의 이 건물은 미국인 금광 기술자로 3·1 운동을 세계에 알렸던 앨버트 W. 테일러와 그의 아내 메리 L.. 테일러 부부가 살던 집입니다. 딜쿠샤(DILKUSHA)는 페르시아어로 기쁜 마음이라는 뜻으로, 이 건물의 내력은 오랫동안 베일에 쌓여 있었는데요, 2006년 앨버트의 아들 브루스 테일러가 방한하면서 이 딜쿠샤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지상 2, 지하 1층으로 이루어진 딜쿠샤는 홍난파 가옥과 마찬가지로 붉은 벽돌로 지어진 집인데요. 실내에는 테일러 부부의 생활상과 한국에서의 생활과 관련된 내용들을 전시해 두었습니다.

 


#8 딜쿠샤 내부 07:24~09:09

(끼이익 문 여는 소리)

내레이션: 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서는 순간, 다른 나라로 온 것 같은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느껴집니다.

(식기가 달그락 거리는 소리)

내레이션: 1층 거실은 테일러 부부가 지인들을 초대하여 저녁 식사를 하고, 파티를 여는 공간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거실 벽면은 습한 장마철을 대비해 벽지를 붙이는 대신 커스터드 크림을 닮은 옅은 노란색 페인트로 칠해 꾸몄고, (장작이 타는 소리) 뒤쪽 벽에는 넓고 깊은 벽난로가 있습니다. 벽난로의 양쪽으로는 등받이가 높은 코너 벤치를 두어 안락한 공간을 마련해 두었습니다. 현관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계단 오른쪽에는 성인여성의 키 만한 커다란 괘종시계가 거실 전체를 바라보고 있었는데요. (시계바늘이 움직이는 소리에 이어 들리는 괘종시계가 울리는 종소리) 괘종시계를 보고있자니 마치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소리)

내레이션: 비단처럼 부드러운 윤기가 흐르는 난간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커다란 테라스 창 너머 서울 시내 전경이 우리를 맞아줍니다. 1층과 마찬가지로 같은 위치에 벽난로와 소파가 놓여 있고, 이곳은 소다맛 아이스크림을 닮은 옅은 하늘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습니다. 벽난로 위에는 부부가 수집한 고려 청자 등이 놓여 있습니다. 거실 한 쪽에는 새와 꽃, 자연 풍경이 자수와 그림으로 수 놓은 10폭짜리 병풍이 하나 있는데요, 부부는 이 병풍으로 가벽을 만드는 식으로 방의 크기를 조절해 사용했다고 합니다. 계단에서 올라와 거실을 지나 왼쪽 방으로 들어가면 아까 보았던 은행나무가 창문 가득 들어옵니다.

 


#9 국사당 가는 길 09:10~11:05

(끼익 문 여는 소리) (새가 지저귀는 소리)

내레이션: 외국 어느 곳을 여행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 준 딜쿠샤를 떠나 이제는 사직근린공원을 거쳐 국사당과 선바위로 갈 차례입니다. 가파르지 않지만 걷다 보면 제법 숨이 차오르는 언덕을 따라 오르다 보면, 사직근린공원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곳은 한양도성 전 구간 중 성 안과 성 밖을 모두 살펴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인데요. 걸을 때 성벽 안쪽과 바깥쪽 중 어느 길을 걸을 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성벽 안쪽의 넓은 길에서는 도심의 고층 빌딩을 바라보며 편히 걸을 수 있고, 바깥쪽 오솔길에서는 담쟁이 넝쿨과 고풍스러운 성벽이 어우러진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터벅 터벅 걷는 소리) (새 지거귀는 소리)

내레이션: 오늘은 성벽 안쪽으로 걸어보려고 합니다. 능선을 따라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는 도성길을 걷다 보면 마스크 안으로 가쁜 숨이 올라옵니다. 이마와 목덜미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힐 때쯤 (바람이 나뭇잎을 가볍게 흔드는 소리) 맑고 시원한 산들 바람이 불어와 땀을 식혀줍니다. 그때 잠시 멈춰 서서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면 시원한 소나무의 향기, 푸릇한 풀 향기, 약간은 매캐한 쌓인 낙엽 냄새 같은 것들 사이로 늦은 봄 꽃 향기가 어우러져 한결 상쾌한 기분이 듭니다. (터벅터벅 내려오는 발소리) 성곽길이 끝나는 곳에서 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아이들이 신나서 외치는 소리) 아이들이 신나게 모래 장난을 하는 무악 어린이 공원이 나오는데요. 이 곳을 거쳐, 나무 계단을 따라 내려갑니다. (계단을 내려오는 둔탁한 발소리) 그리고 계단이 끝나는 곳에서 국사당과 선바위로 가는 관문, 인왕산인왕사라 적힌 일주문을 만나게 됩니다.

 


#10 국사당 11:06~13:00

내레이션: 일주문부터는 꽤 가파른 언덕이 시작됩니다. 언덕 양 옆으로는 크고 작은 여러 개의 암자가 모여 있는데요. 암자는 두터운 철문에 방은 두어 개 뿐인 시골집을 닮은 곳부터 밀가루처럼 하얀 회반죽 칠을 바른 벽에 기와 지붕을 얹은 전통 사찰에서 한 칸 혹은 두 칸을 똑 떼어 놓은 것까지 다양했습니다. 암자 사이의 골목은 얕고 넓은 계단이 이어지다 점점 좁아지고, 한층 더 가팔라집니다. 한참을 오르다 보면 계단 가운데 있는 손잡이가 더 없이 소중하게 느껴지죠. ‘대체 어디까지 올라가야 하나싶은 의문이 들 때쯤 이쯤에서 쉬어 가라는 듯, 올라오며 만난 암자들과 분위기가 확연히 다른 전통 건축물이 나타납니다. 지어진 지 얼마되지 않아 보이는 앞서 만난 암자들과는 달리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품은 데다 그 크기 또한 5칸으로 월등히 컸는데요.

내레이션: 이 건물이 바로 국사당입니다. 국사당은 조선 태조 이성계와 무학대사 및 무속신앙에서 섬기는 여러 신을 모신 신당인데요. 원래 남산 팔각정 자리에 있었지만 일제시대 때 현재 위치로 이전한 것이라고 합니다. 단순한 구조이지만 일반적인 조선시대 전각 건축물보다 규모는 더 큰 편으로, 분합문의 형태, 문살의 새김 등 세밀한 부분에서 세련된 장식 요소를 더했습니다. 또 한편으론 원래 있어야 하는 자리를 떠나서인지 어쩐지 쓸쓸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듯도 합니다.

 


#11 선바위 13:01~14:59

내레이션: 국사당을 지나쳐 훨씬 가파른 계단 위에는 선바위가 있습니다. 깎아지르는 듯한 계단 위쪽으로 고개를 들어보면 위풍당당이라는 말 그대로 우뚝 선 선바위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선바위는 그 형상이 마치 중이 장삼을 입고 참선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모양이라고 해서 선 선()자를 따서 선바위라는 이름이 붙었다고도 합니다. 높은 계단을 따라 선바위에 오르니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물론, 서울 시내가 발 아래 쫙 펼쳐집니다. 선바위에는 조선 건립과 관련이 깊은 세 인물과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이 선바위를 두고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잠시 조선시대로 떠나보겠습니다.

(상황극 시작)

(카세트 테이프를 감는 소리) (딸랑하고 울리는 종 소리)

(비극적인 분위기의 배경음악)

무학대사: 전하 도성의 경계 안에 선바위가 들어올 수 있게 하셔야 하옵니다.

정도전: 아니되옵니다, 전하. 선바위를 도성 안에 들이면 불교가 번성할 것이오, 도성 밖에 두면 조선의 근본인 유교가 흥할 것입니다. 선바위가 도성 밖에 있도록 경계를 정하셔야 할 줄 아뢰옵니다.

태조 이성계: (잠시 고민하다가) 흐음, 삼봉의 말에 일리가 있음이다. 선바위는 도성의 밖에 있도록 경계를 정할 것이니 그리 알고, 행하도록 하여라.

무학대사: (탄식하며) , 이제부터 승도들은 선비들의 책 보따리나 지고 따라다니게 되겠구나..!

(상황극 종료)

내레이션: 고려의 패망원인을 불교에서 찾은 정도전은 새로운 나라 조선에 불교를 배척하고, 유교를 숭배하는 척불숭유 정책을 관철하고자 했는데요. 앞선 신경전 역시 이러한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었죠. 이는 성공적으로 자리잡아 조선시대 중기와 후기로 갈수록 불교의 위치는 낮아지게 됩니다.



#12 윤동주 언덕 가는 길 15:00~16:10

(흙길을 걷는 소리)

내레이션: 이제 다음 코스인 윤동주 시인의 언덕을 향해 갈 시간인데요. 인왕산 능선을 따라 가는 방법이 있지만, 오늘은 한결 걷기 편하게 인왕산 자락길을 통해 가보려고 합니다.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가, 무악 어린이 공원이 있는 곳까지 가면 인왕산 자락길로 연결되는 반듯한 도로가 나타납니다. 이 길을 따라 8분 정도 걸으면 인왕산 호랑이 동상을 만나게 되는데요. 여기부터는 숲 속에서 잘 정돈된 보행 겸용 도로와 나무 데크로 이루어진 길들을 걷게 됩니다.

걷는 내내 만나는 나무와 꽃들은 각각 싱그러운 향기들을 뿜어냅니다. 소나무부터 참나무, 밤나무, 단풍나무가 어우러져 뿜어내는 향긋함과 겹겹이 쌓인 레이스처럼 풍성한 꽃잎의 겹벚꽃, 때이른 라일락의 향기까지 걷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게 만들어주죠.

 

(빨라지는 발소리) 얕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는 구불구불한 길을 대략 30분 정도 걷고 나면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 도착했습니다.

(새가 찌르르 지저귀는 소리)

 


#13 윤동주 언덕(16:11~18:29)

(새가 작게 지저귀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린다.)

내레이션: 윤동주 시인의 언덕은 윤동주 시인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조성한 공원인데요. 윤동주 시인이 연희전문학교에 다니던 시절, 이 일대를 다니며 시상을 가다듬었던 것을 기념하기 위해 이곳에 자리를 잡게 됐다고 합니다.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는 서시시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거의 성인 여성의 키만한 기다란 반원 모양의 시비를 정면으로 두면 경복궁부터 시청, 종로 일대는 물론이고, 저 멀리 남산타워까지 한 번에 조망이 가능합니다. 시비 앞에는 윤동주 시인의 언덕 서울 밤 풍경이라는 표지판도 있는데요, 밤이면 마천루마다 켜진 불빛들이 별빛처럼 반짝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하니 도시에서만 누릴 수 있는 낭만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과나무, 철쭉, 단풍이 계절마다 꽃과 정취를 더하지만 무엇보다 이곳과 잘 어울리는 나무는 늘 푸른 소나무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언덕에 올라 조국의 현실을 생각하며 가슴 아파했을 시인의 마음을 생각해보며, 시비에 적힌 윤동주의 시 서시를 낭독하며 오늘의 여행을 마무리 지어보려고 합니다. (배경음악으로 잔잔한 피아노 연주가 흘러나온다.) 지금까지 대본에 유희수, 연출에 김별, 정도전 역에 김준수, 무학대사와 태조 이성계역에 김산하, 여행가이드 하지나였습니다. 다음 여행에서 만나요!

 

서시

- 윤동주

죽는날 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 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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