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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투어

[서울다누림관광XAudiA] 시각장애 청년을 위한 소리여행 창경궁 1편

※ 본 콘텐츠는 서울관광재단과 사단법인 오늘은의 협업으로 제작된 콘텐츠입니다.



#0 오프닝 00:00~00:20

내레이션: 사도세자의 눈물과 장희빈의 억울함이 서린 곳. 소란스러운 도심 속 평온한 분위기를 품은 궁궐 창경궁에서 AudiA 첫 번째 여행을 시작합니다.

 

#1 홍화문 00:20~00:46

(종잇장 넘기는 소리,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

내레이션: 북적이는 도심 속, 도로를 가로지르는 자동차들 사이로 흘깃흘깃 창경궁의 정문인 홍화문이 보입니다. 홍화문 앞 건널목의 신호등이 빨간불에서 파란불로 바뀌고 횡단보도를 건너 우리는 창경궁에 도착했습니다. (발걸음 소리)

 

#2 옥천교 00:46~01:20

내레이션: 홍화문으로 들어서서 명정전으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면, 바로 앞에 보이는 회백색 돌다리, 보물 386호 옥천교. 좌우 길보다 조금 더 높은 중앙의 길을 걸으며, 옥천교 위에서 옥천 바닥을 바라보면, 얕게 물이 흐릅니다. 원래 다른 궁궐에서는 금천이라고 부르는데, 이곳은 자연수가 잔잔하게 흘러서 옥천이라 불려요. 흔히 알고 있는 강물처럼 세차게 흐르지 않고 흙과 돌 새에서 솟아난 물들이 바닥을 적시고 있습니다.

 

#3 명정전 01:20~04:57

내레이션: 옥천교 난간에서 나와, 옥천 가장자리 길을 걸어봅니다. 정희왕후, 소혜왕후, 안순왕후, 세 왕후가 거닐던 이곳을 우리도 걷고 있습니다. 키보다 작은 자두나무, 앵두나무들이 옥천 주변에 나란히 자리 잡고 있죠. 부드럽게 깎인 회백색 돌다리 옥천교를 지나 같은 빛깔의 돌계단 몇 걸음을 오르면 우리는 명정문을 만납니다. 명정문은 가로 폭이 1m 정도 되는 나무 기둥 네 개가 웅장하게 받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기둥 사이 틈으로 너른 마당 조정이 보이고, 단층의 명정전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돌계단을 오르는 소리)

내레이션: 명정전 앞마당을 거닐면 발길에 툭툭 울퉁불퉁한 바닥이 거슬립니다. 바로 박석이라고 불리는 네모난 돌이 깔린 바닥 때문입니다. 거친 표면 때문에 가죽신을 신는 신하들이 비 오는 날에도 넘어지지 않고, 거친 돌에 햇빛이 난반사되어 눈이 부시지 않다고 해요. 궁궐 하면 흙길도 떠오르지만, 발길에 툭툭 걸리는 돌길이 또 다른 매력이죠. 천천히 돌계단을 올라 명정문으로 들어서면, 명정전을 만날 수 있습니다.

(문이 드르륵, 열리는 소리)

내레이션: 가장 오랜 세월, 400, 이곳을 지켜온 명정전의 문이 열렸습니다. 드높은 천장에는 초록빛의 꽃 모양 단청이 펼쳐져 있습니다. 목조 건물에 채색하는 것을 단청이라고 하는데요, 시대적 상황으로 안료를 구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그 초록색은 왠지 모를 회색빛이 느껴집니다. 궁궐 내부도 웅장한 느낌보다는 소박하고 단아한 모습이에요.

(전통 혼례 음악)

내레이션: 이곳에서 영조가 정순왕후와 혼례를 치르기도 하고, 인종이 즉위식을 치르는 등 쓸모가 다양한 곳이었어요. 중앙에는 왕이 앉았던 어좌와 그 뒤로 일월오봉병이라는 해와 산이 그려진 그림이 병풍처럼 둘려 있습니다. 일월오봉병에는 병풍을 꽉 채울 만큼 높은 산 5개가 그려져 있습니다, 산 앞으론 붉은 가지를 한 소나무가 좌, 우로 양 끝에 두 그루씩 있고, 가운데 산봉우리를 제외한 양쪽 두 개의 산봉우리 사이에선 폭포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산 아래에는 폭포가 만들어낸 물결도 보입니다. 산 위로는 구름 한 점 없이, 짙은 파란색으로 칠해진 하늘이 있고 그 위로 같은 높이에 왼쪽에는 하얀 달이, 오른쪽에는 붉은 해가 떠 있습니다. 양쪽 폭포와 소나무 사이에 어좌가 놓여 있어 마치 웅장한 자연경관이 어좌를 둘러싼 느낌입니다. 어때요? 일월오봉병이 머릿속에 그려지시나요?

이제, 천천히 고개를 들어 천장을 올려다봅니다. 중앙에 정사각형 모양으로 천장이 더 높게 지어져 있어요. 자세히 들여다보니 새와 생김새가 비슷한 금색 봉과 황 두 마리가 작은 구름에 둘러싸인 채 서로를 마주 본 모습으로 우릴 맞이해줍니다. 봉과 황은 왕을 상징하는 동물로 왕의 자리라는 것을 알려주는 조형물이라고 하네요.

(미닫이문을 닫고 돌계단을 딛고 나오는 걸음 소리)

 

#4 문정전 04:57~06:42

내레이션: 명정전을 나서서 오른쪽으로 뒤돌아가면 또 다른 건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명정전과 건물 사이에는 나무 기둥과 기와지붕으로 이루어진 복도가 있어요. 크게 두 덩어리로 구성이 되어있는데, 명정전에 붙은 복도는 한 단 높게, 또 다른 건물에 붙은 복도는 한 단 낮게 위치해 있습니다.

(물방울이 똑, , 떨어지는 소리)

내레이션: ? 하늘에서 한두 방울 물이 떨어지네요. 비가 오나 봐요, 구경할 곳 많은데. 서둘러야 하겠어요.

(소나기가 내리는 소리, 급하게 뛰어가는 소리)

내레이션: 다행히 명정전 왼편에 문정전이 이어져 있어서 문정전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이곳의 처마도 아까 명정전처럼 화려하네요. 앞면과 옆면의 처마가 마주 닿는 경계, 즉 지붕의 모서리에서 높게 솟게 만든 건축재, 추녀가 단아하고 아름답게 보입니다. 초록색 단청으로 꾸며진 처마와 여름비가 잘 어울려요. 문정전 앞에 드문드문 잔디가 펼쳐진 마당 위로 빗물이 고이고 있습니다. 우산을 챙겨올 걸 그랬나 봐요.

(작게 흐느끼는 남성의 소리와 흙바닥을 자박자박 밟는 소리)

내레이션: 이곳 문정전에는 영조와 사도세자의 슬픈 역사가 서려 있습니다. 왠지 모르게, 서글픈 기운이 머문 그곳으로 함께 가볼까요?

 

#5 (상황극) 조선 시대 문정전 06:42~08:01

영조: (불호령) 저 뒤주 가까이 아무도 들이지 말라!

사도세자: (흐느끼며) 어찌, 어찌 아버지가 자식을 가둬 죽이려 하십니까.

영조: 네가 왕이 되어 이 나라를 망치는 것보다 이게 더 현명한 일이다.

사도세자: 아버지는 이 나라의 왕으로서는 백 점이어도, 아버지로서는 그 점수를 매길 수 없나이다.

영조: 빵점짜리 아버지가 되어도 좋다. 나는 아비로서 너에게 많은 기회를 주었거늘.

사도세자: 그 기회에 저는 숨이 막혔습니다. 제가 원한 것은 그저... 그저... 아비의...

영조: 세자가 나오지 못하도록 못을 쳐라!

(천둥이 일어나고, 나무 상자에 못을 박는 소리)

내레이션: 260년이 지난 지금도, 사도세자가 이곳에 같이 살아있는 것 같아요. 날이 개면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푸릇한 잔디가 곳곳에 돋아난 너른 마당이 눈앞에 들어옵니다. 이제 사도세자와 영조의 슬픈 역사가 서린 이곳, 문정전을 떠나 다른 장소로 가볼게요.

 

#6 빈양문, 숭문당, 함인정 08:01~10:59

내레이션: 방금 둘러본 문정전 뒤편과 명정전 왼편으로 걸어가면 큰 대문인 빈양문까지 비를 맞지 않고 걸어갈 수 있습니다. 천장은 터널처럼 막혀있고, 양옆에는 나무 기둥이 우뚝 서 있어요.

(매미 울음소리)

내레이션: 명정전 앞마당의 박석과는 달리 아래는 조금 검은 빛의, 매끄러운 돌이 깔려 있습니다. 천장에는 아까 명정전에서 보았던 꽃문양의 단청보다는 단순하게 나뭇결을 따라 초록빛의 물감을 칠해놓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오래되어 울창한 나무 밑을 지나는 기분이 들어요.

(돌계단을 딛는 소리)

내레이션: 왼편에는 숭문당이 보입니다. 지금까지 보았던 명정전, 문정전과는 달리 규모가 작아요. 겉으로 봤을 때 4분의 1 정도 될까요. 학문을 숭상한다는 뜻을 가진 숭문당은 공식적인 편전보다 더 일상적으로 쓰였다고 합니다. 높은 어좌가 있는 곳보다는 조금 더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숭문당이 더 편했을 것 같기도 해요.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심호흡 소리)

내레이션: 나무로 만들어진 건물 사이로 파고들자 도서관에서 맡을 수 있는 책 냄새가 풍겨옵니다. 오래된 건물이라 그런지 은은한 향냄새도 느껴지고요. 양쪽에 나무 기둥이 있고 그 위에는 기와 아래의 높고 아름다운 천장. 그 한 가운데를 걷고 있으니 이 궁의 주인이 된 기분이 느껴집니다. 이제 빈양문을 지나, (문이 끼익, 열리는 소리) 밖으로 나오면 멀지 않은 곳 중앙에 예쁜 정자, 함인정이 있습니다. 흙길 위, 몇 개의 돌계단을 오르면 주춧돌 위에 짙은 갈색의 나무로 만든 기둥과 알록달록한 기와로 구성된 천장이 있습니다. 처마의 끝은 하늘로 솟아있어 밝고 경쾌한 느낌이 듭니다. 지금껏 걸었던 돌길과는 달리, 흙길이라 자박자박 발소리가 나요. (자박자박 걷는 소리) 주변에는 소나무가 많습니다. 쭉 하늘로 솟은 나무가 아니라 꼬불꼬불 기울어 낮은 소나무입니다. 고개를 숙여 우리를 반겨주는 느낌이네요. 조금 걸었으니, 이제 함인정에서 쉬어볼까요?

(함인정의 돌계단을 오르는 소리, 바닥을 쓸고 그 위에 걸터앉는 소리)

내레이션: 더위에 지친 여행자가 앉아서 쉬기 좋은 정자네요. 이곳엔 나무가 그리 많지 않지만, 함인정의 작은 그늘이 휴식하기 딱 좋습니다. (물을 꿀꺽꿀꺽 마시는 소리)

#7 통명전 10:59~12:21

내레이션: 이제 충분히 쉬었으니, 다시 길을 나서봅니다. 함인정 뒤편으로 흙길을 따라 조금 더 걸으면 왕비의 침전이었던 통명전이 보입니다. ‘통달하여 밝다라는 뜻은 음과 양이 서로 통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죠. 대를 이을 왕자의 생산을 중시한 공간입니다. 통명전 입구에는 통명전을 작게 만들어놓은 모형이 있어요. 오돌토돌한 기와를 만져보면, 기와 꼭대기 중앙에 있는 마루인 용마루 없이 매끈한 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용마루가 없는 이유에는 많은 설이 있는데, 왕이 용에 비유되기 때문에 또 다른 용이 필요 없어서 그렇다는 얘기도 있고, 왕과 왕비가 가장 신분이 높기 때문에 그 격식을 구분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설도 있다고 합니다.

(발걸음 소리)

내레이션: 건물 뒤로 나무들이 빼곡하게 심겨 있어 여름의 푸르름을 더해주는 통명전에 가만히 앉아봅니다. 이곳에서도 영조, 사도세자와 버금가는 역사적으로 우리가 잘 아는 인물들이 등장하는데요. 조선 제19대 임금. 숙종과 관련된 두 여성이 등장합니다. 과연 어떤 여성들일지, 그리고 어떤 일이 있었을지, 함께 들어볼까요?

 

#8 (상황극) 조선 시대 통명전 12:21~13:41

(회초리 소리)

인현왕후: 네가 감히 중전의 자리를 탐하느냐?

장희빈: 마마, 저는 정말 억울합니다.

인현왕후: 희빈은 희빈일 뿐, 이 나라의 국모는 나다.

장희빈: 마마, 저는 정말 그리 생각지 않았습니다.

인현왕후: 네가 회임한다 한들 내 자리를 탐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말거라!

장희빈: 마마, 마마!

인현왕후: 종아리를 더 높이 걷지 못할까!

(회초리 소리)

내레이션: 누구인지 짐작이 가시나요? 바로 인현왕후와 장희빈입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현왕후는 악녀 장희빈과 다르게 다소곳한 현모양처처럼 그려지죠. 하지만 숙종실록을 보면, 장희빈의 임신 소식을 듣고 화가 난 인현왕후가 그를 불러 회초리를 내려쳤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인현왕후가 장희빈에게 모략 당하기만 한 인물로 알려진 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지요. 훗날 장희빈이 이곳 통명전에 인현왕후를 음해하는 부적과 같은 흉물을 묻으면서 인현왕후를 저주했다는 설이 전해졌는데요. 모르긴 몰라도, 이곳 통명전은 두 사람의 깊은 앙금이 남아있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9 집춘문 13:41~16:18

(새가 지저귀는 소리)

내레이션: 인현왕후와 장희빈의 이야기가 담긴 통명전을 지나, 창경궁의 가장 먼 곳으로 발길을 옮겨봅니다. 작은 연못 춘당지 가장자리를 두른 숲길을 걷고 있어요. 하늘을 올려다보면, 햇빛에 비친 나뭇잎이 별처럼 반짝여요.

내레이션: 가만히 길을 걷다 보면, 그냥 문득 참 좋다는 말이 입 밖으로 흘러나와요. 아무리 손을 뻗어도 끝에 다다를 수 없는 커다란 나무. 왠지 모르게 보살핌을 받는 것 같아서요. 바닥에는 나무 그늘과 해가 닿은 밝은 빛이 서로 일렁이고 있어 마치 강물 위를 걷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잠시 벤치에 앉아서 더 쉬어가고 싶지만, 우리는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이 창경궁의 가장 깊은 곳, 집춘문이 얼마 남지 않았거든요.

(여러 동물의 울음소리)

내레이션: ? 집춘문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데, 어디선가 동물 소리가 들리네요. 소리를 쫓아가 볼까요? 우와~ 여기 동물들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코끼리가 보여요. 낮은 우리 근처로 다가가면 긴 코를 뻗어 우리를 반겨줍니다. 호랑이와 사자도 눈에 띄네요. 저 멀리 낙타와 사슴, 얼룩말도 보입니다. 창경궁에서 갑자기 웬 동물들이냐고요? 190911월의 어느 날 일제에 의해 훼손된 창경궁, 창경원을 잠시 느껴보신 겁니다. 원래 이곳은 순종 즉위 후 일본에 의해 크게 훼손됐습니다. 황실의 위안 시설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궁을 허물고 동물원을 만들었어요.

(건물이 불에 타는 소리, 호랑이 울음소리)

내레이션: 문화재가 버려지고, 전각은 훼손되고, 그 자리에 동물들이 자리했습니다. 1983년이 되어서야 이곳은 위락시설이 아닌 창경궁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창경궁의 가장 깊은 곳, 집춘문에 도착했습니다. 초록빛의 단청과 그 끝에 손바닥만 한 빨간 꽃이 인상적이네요. 작고 조촐하게 집춘문 세 글자가 문 가운데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어,’ 인사를 건네주는 것만 같아요.

 

#10 마무리 16:18~17:28

내레이션: 지금까지 창경궁을 깊이 둘러보았습니다. 푸르른 숲길과 단층이지만 아늑한 편전과 내전을 둘러보며, 시끌벅적한 도심을 벗어나 힐링하는 기분이었어요. 이곳에 살았던 왕비와 대비도 근심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요. 더불어서 아직, 창경궁에서 만나지 못한 이야기가 남아있습니다. 수라간 상궁이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드라마가 있으신가요? 바로 대장금입니다. 우리가 살펴보지 않았던 환경전에는 대장금이 의녀였던 시절의 이야기가 전해져옵니다. 다음 소리 여행에서는 오늘 만나보지 못한 춘당지의 야경과 환경전, 식물원 등 창경궁 속 깊은 이야기를 만나러 오겠습니다.

(문이 끼익, 닫히는 소리)

내레이션: AudiA의 새로운 시즌 소리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매월 하나의 여행지를 AudiA와 함께 떠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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