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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문턱 3.8cm에 번번이 좌절…휠체어도 가는 ‘샤로잡을지도’ [한겨레신문]
작성자: 서울다누림 작성일: 2021.10.05
조회수: 909

“서울대 맛집을 부수러 갔다가 제가 부서졌죠.”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자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학생인 김지우(20)씨는 친구들과 ‘맛집 탐방’을 하기도 전에 문턱과 문폭 ‘몇㎝’에 번번이 좌절했다. 휠체어 사용자에게 ‘몇㎝’는 거대한 장벽과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코로나19 때문에 친구들과 만날 기회가 적은데, 김씨는 그나마 몇 번 있는 소모임도 갈만한 장소를 찾지 못한 탓에 포기해야 했다.

이에 김씨를 비롯해 학생들 20여명이 참여한 ‘서울대 배리어프리(barrier-free) 보장을 위한 공동행동’(서배공)은 휠체어 이용자들을 위한 학교 인근 지도를 만들기로 했다. 서배공 배리어프리맵팀 13명은 지난 8월 청년들이 많이 몰리는 서울 관악구 봉천동 ‘샤로수길’을 비롯해 서울대입구역, 낙성대역 근처 1층 가게들의 ‘배리어프리’ 현황을 전수조사했다. 전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들은 현재 ‘샤로잡을지도’를 만들고 있다. 인스타그램 계정(@sharo_map_barrierfree)을 통해 조사결과와 지도제작 과정을 공개한다.

이들이 조사한 결과 샤로수길 1층에 있는 식당·카페·편의점 약 250여곳 중 휠체어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약 20곳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4명씩 조를 나눠 휠체어탑승·보조·기록·사진으로 업무를 분담해 현장을 일일이 찾아다녔고 작은 정보라도 빠트리지 않고 카드뉴스에 담아 인스타그램에 공개했다. “가게 입구에 약 3.8cm 턱이 있고, 경사도는 없어요. 가게 바로 앞에 주차방지턱이 있어서 혼자서 문을 당기기는 어려워요. 내부는 입식 테이블이 있고 테이블 간 거리도 넓어서 휠체어가 다니기 괜찮아요.” “키오스크가 두대 있고, 하단에서 스크린까지 높이는 104cm로 (휠체어를 타고) 팔을 뻗었을 때 키오스크 상단 버튼까지 누를 수 있어요.” 손정우(20)씨는 “종종 서울대입구역 근처에서 약속이 있는데 해당 자료를 유용하게 참고하겠다는 피드백을 받았을 때 뿌듯했다”며 “전국각지의 대학에서 배리어프리한 학생사회를 만들려는 노력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조사 과정은 쉽지 않았다. 가게 사진을 찍고 출입구 넓이와 경사로 높이 등을 측정하기 위해 점주의 협조가 필요했지만 호의적인 반응이 많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 가게에는 그런 사람들(휠체어 이용자) 오지 않는다”며 쫓아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정보민(20)씨는 “배리어프리를 필수가 아닌 시혜로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씁쓸했다”고 말했다.

서배공 경사로설치팀은 학교 근처 가게들에 서울관광재단에서 진행하는 ‘관광편의시설 접근성 개선사업’을 홍보하기도 했다. 경사로 설치가 가능한 가게 30곳을 방문해 재단에서 설치비 98%가 지원됨을 알리고 설치를 부탁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단 5곳만이 설치의사를 밝혔고, 이마저도 건물주의 허락 등이 필요해 설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서배공은 자신들의 노력을 넘어 법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최원빈(20)씨는 “가게가 오롯이 부담을 지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에서 원활한 소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다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은 “학생들이 만든 지도를 보고 꼭 필요한 부분이 섬세하게 기록돼 있어서 놀랐다. 하지만 ‘샤로잡을지도’의 존재는 역으로, 공공이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는 의미다. 공공은 모든 건물이 배리어프리하도록 건물 개조비용을 지원하거나, 편의시설 설치를 악의적으로 거부하는 건물주에 대하여 벌과금을 징수할 수 있도록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고 본다”고 짚었다.

현행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등은 경사로 등 교통약자를 위한 편의시설 설치를 일정 면적 이상의 매장에만 의무화하는 ‘의무설치 면적기준’을 적용한다. 장애인 단체들은 의무설치 면적기준이 적용되지 않는 소규모 식당, 편의점, 카페, 약국 등은 장애인 접근권이 보장되지 않아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지난 8월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무설치 면적기준 조항을 삭제하는 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상태다.


※ 기사 원문 보기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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